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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2.12 원룸족을 위한 기숙사형 인테리어 6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사회생활을 끊고 동면 중인 처지라 발품 팔며 쇼핑 다녀본 지 오래됐다.
과로와 욕구불만 때문에 급사 직전에 이른 동료들의 응급처치용 쇼핑 행각에 말려들어 지난 12월 상콤하게 질러주었던 네 벌의 원피스를, 집밖에 나갈 일도, 만날 사람도 없단 이유로 아직 개시조차 못했을 정도.
하지만 '한 번 커진 씀씀이는 직장이 없어졌다고 다시 줄지 않는다'는 소비량 보존의 법칙에 따라, 요즘은 옷이나 장신구 대신 가구 구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집은 다세대 주택의 12평짜리 분리형 원룸.
인테리어의 컨셉트는 마지 못해 블랙&화이트(가장 유행 안 타고, 싸면서 싼 티 덜 나고, 세트로 안 사도 대충 짝을 맞출 수 있기 때문).
가장 큰 미션은, 온 집안에 중구난방 굴러다니던 잡동사니들을 정리해서 발디딜 공간을 만들자는 것.
그리하여 지른 것들은...

1. 이케아 billy 책장. iikea.co.kr에서 개당 942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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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립하고 세우는 데 개당 30분이면 오케이.
오래오래 쓸 도장 제품을 사고 싶었지만 30만원쯤 예산 차가 나서 눈물 머금고 이 녀석들로 결정. 
싸구려 같아 보이면 어쩌나 고민했지만, 학생 시절 구입해 10년째 사용 중이던, 체리색 시트지가 발린 펄프 책장과는 비교도 할 수 없게 튼튼하다.
책은 색깔별, cd는 국적별, 만화책은 사이즈별, 비디오와 dvd는 선호도순...이라는 제 멋대로 정렬 방식.
책장 폭이 넓은 편이라 무거운 것을 얹으면 휠 것 같은데, 선반을 뒤집어 쓸 수 없다는 게 아쉬운 점이다.
tip: 도장 가구란 페인트나 안료로 칠을 했다는 건데, 품질은 좋지만 호시탐탐 큰 집 얻어 이사갈 궁리만 하는 원룸족들이 쓰고 버려도 좋을 용도로 구입하기엔 꽤나 값들 나가주신다. 대부분 원룸에선 시트지를 붙인 저렴한 가구를 사용하는데, 시트지의 질이며 바르는 공법 같은 것들이 가지가지인 모양이다. 최근 화이트 서랍장을 하나 구입했다가 표면이 너무 미끄러워 도무지 먼지를 닦아낼 수 없는데다 군데군데 시트지가 울기까지 해서 반품한 경험이 있다. 반면 billy씨는 먼지도 잘 안 묻고, 청소도 쉽고, 보기에도 번듯한 편.

2. 블랙 캐비넷, gagubada.net에서 각 10만원, 14만5천원(모두 색상 변경 때문에 2만원 추가된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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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서랍장 대용으로 구입했다. 업체에 전화해서 색상을 변경할 수 있다.
왼쪽 캐비넷은 안에 5칸의 선반이 있는데, 옷이 말도 못하게 많이 들어가며 서랍장에 비해 옷을 넣고 꺼내기도 쉽다.
오른쪽은 왼쪽과 같은 사이즈에 선반 대신 봉이 달린 옷장형 캐비넷을 사려다 사이즈가 안 맞아 선택한 2인용 옷장.  
옆에 보이는 2단 스탠드는 3년 전 집들이 선물로 받...았다기 보다 손님들에게 반강제로 뜯어낸 이케아 제품. 업라이트쪽은 밝기조절이 가능하다. 튤립 같이 생긴 아래쪽은 자유자재로 꺾어져 편리한 데다, 마이크 대용(??)으로도 쓸 수 있다.
커튼은 얻은 것이라 길이가 맞지 않는다. 하지만 화이트니까 일단 오케이.

책장과 캐비넷을 넣고 한 동안은 뿌듯해서 밥 안 먹고도 배불렀다.
그러나 차츰 들려오는 악평들.
"큐티나 오렌지 같은 일본 인테리어 잡지에 나오는 조잡한 오타쿠의 방 같아."
"여기 기숙사예요? 가정집으로 캐비넷 배달해본 건 첨이라..."
"뭔가...균형이 안 맞아. 갓 이사온 집 같아."

젠장. 젠장. 젠장.
다시 고민에 빠졌다.
이 사태를 수습하려면 도대체......뭘 더 사야 하지?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